행성 이야기

명왕성의 '산'과 '빙하': 태양계 끝의 기이한 풍경

별빛과 음악의 만남 2025. 8. 23. 12:44

명왕성은 그저 단순한 얼음 덩어리일까요?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보내온 사진들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명왕성 표면에는 거대한 산맥과 빙하가 존재하며, 이는 태양계 끝자락의 이 작은 천체가 지질학적으로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오늘은 명왕성의 놀라운 지형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이 기이한 풍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탐구해 보겠습니다.

 

 

명왕성의 노르가이 산맥과 힐러리 산맥의 모습(이미지)

 


1. 명왕성의 산: 얼음으로 솟아오른 봉우리들

뉴 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의 '심장'인 스푸트니크 플래넘(Sputnik Planum) 주변을 촬영했을 때, 과학자들은 깜짝 놀랄 만한 발견을 했습니다. 바로 수 킬로미터 높이로 솟아 있는 거대한 산맥들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노르가이 산맥(Norgay Montes)힐러리 산맥(Hillary Montes)입니다. 이 산들은 에베레스트와 비슷한 높이를 자랑하며, 명왕성이 단순한 왜소행성을 넘어선 복잡한 세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명왕성의 산은 지구의 산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지구의 산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명왕성의 산은 대부분 물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하 230도에 달하는 명왕성의 극한 환경에서는 물 얼음이 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마치 암석처럼 행동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산들이 명왕성 내부의 열로 인해 물 얼음이 위로 솟아오르는 '빙하 구조 지질 활동(cryovolcanic activity)'으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2. '스푸트니크 플래넘': 질소 얼음의 바다

명왕성 표면의 가장 인상적인 지형 중 하나인 스푸트니크 플래넘(Sputnik Planum)은 거대한 하트 모양의 서쪽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평야입니다. 이 평야는 주로 질소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바다처럼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 질소 얼음은 태양열을 받으면 승화하고, 다시 차가워지면서 고체로 굳는 순환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질소 얼음은 마치 끓는 물처럼 육각형의 세포(Cellular) 구조를 형성하며 대류합니다. 이 활발한 움직임 덕분에 스푸트니크 플래넘에는 운석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크레이터가 생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질소 얼음의 움직임으로 인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왕성이 지질학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천체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3. 빙하의 흔적: 명왕성 표면을 조각하다

스푸트니크 플래넘 주변에서는 빙하의 움직임으로 생긴 명확한 흔적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질소 빙하는 명왕성의 높은 산맥을 따라 서서히 흘러내리며 주변의 물 얼음 산맥을 침식하고, 마치 지구의 빙하처럼 거대한 U자형 계곡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명왕성의 대기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질소 얼음이 승화하면서 대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차가운 지역으로 내려와 쌓이면서 빙하가 형성되고, 이 빙하가 중력에 의해 천천히 이동하며 명왕성 표면을 조각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지구의 기후 변화가 빙하를 형성하고 빙하가 다시 지구의 지형을 바꾸는 것과 유사합니다. 명왕성의 빙하는 태양계에서 가장 차가운 환경에서 일어나는 '지질 활동'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4. '얼음 화산'의 흔적: 라이트 몬스(Wright Mons)와 피카드 몬스(Piccard Mons)

명왕성 표면에는 거대한 산들 외에도 독특한 형태의 지형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라이트 몬스(Wright Mons)피카드 몬스(Piccard Mons)는 거대한 '얼음 화산(Cryovolcanoes)'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화산과는 달리 용암 대신 물, 암모니아, 메탄 등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액체(cryolava)를 분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거대한 돔(dome) 모양의 지형은 주변보다 훨씬 높고, 정상에는 분화구처럼 보이는 움푹 패인 구조가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얼음 화산이라면, 명왕성의 내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역동적일 것입니다. 내부의 열에 의해 액체가 된 물질이 지표면으로 솟아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왕성 아래에 잠재적으로 거대한 액체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5. 결론: 살아있는 행성 명왕성

명왕성의 산과 빙하는 우리에게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이 무의미할 만큼 흥미로운 세계임을 알려줍니다. 명왕성은 단순히 태양계 외곽의 차가운 천체가 아니라, 내부의 열과 외부의 복사열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표면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세계입니다.

 

 

뉴 호라이즌스호의 탐사 덕분에 우리는 태양계에 이렇게 역동적이고 독특한 지형을 가진 천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왕성의 산과 빙하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켰고, 앞으로도 계속될 연구를 통해 명왕성의 기이한 풍경에 숨겨진 더 많은 비밀들이 밝혀질 것입니다.